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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와 함께 한 세월이 행복해요

이길순 2009. 9. 14. 22:44

야채와 함께 한 세월이 행복해요
“시장야채” 대표 박정미씨를 만나다





해를 거듭할수록 재래시장의 존재가 우리들 뇌리에서 또 눈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콩나물 한줌의 행복과 살아가는 이야기가 숨어 숨 쉬는 재래시장에서 오늘이 있어 행복하다는 ‘시장야채’ 박정미(46세)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박 대표가 상대원시장 골목에서 야채행상을 하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갑자기 부도를 맞아 순식간에 생활의 터전을 잃게 된 박 대표는 아무정신이 없어 앞이 캄캄했었다며 그 당시를 회상하는 듯 고구마 줄기 껍질을 까던 손길을 잠시 멈춘다.


삶이 너무 힘들어 정신을 놓고 있었을 때 어느 지인의 “야채장사를 한 번 해보는 게 어떨까?”라는 말 한마디에 앞 뒤 가릴 것 없이 시작한 것이 지금의 야채행상이라고 한다.


“부도가 나고 야채 행상을 하면서 아무리 수입이 좋아 내 주머니에 많은 돈이 있어도 단돈 천 원짜리 한 장이 내 돈이라고 한순간이나마 생각 해 본적이 없었어요”


박 대표는 야채행상을 하면서 적든 많든 무조건 수입이 생기면 빚을 갚아야 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렇게 십년이 지나고 나서야 내 돈이라는 개념이 생겼을 정도로 무던히도 어려운 삶을 살아온 박 대표는 쉽게 포기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한다.





쉽게 포기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어느 날 어떤 아주머니가 박 대표의 손을 넙죽 잡으며 밑도 끝도 없이 고맙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박 대표의 야채가게 간판에 쓰여 있는 글 귀 덕분에 그 아주머니의 자녀가 재기를 했다는 이야기였다.


난장 점포라 따로 간판이 없었던 박 대표의 야채점포의 간판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쉽게 포기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너무 안타까워” “매일아침 7시 30분 안에 문을 여는 성실함이 자랑이지요”라는 내용이었다.


박 대표의 야채점포의 간판은 성남시 문화재단에서 재래시장 방안 프로그램으로 간판을 직접 만들어 주었다며 간판을 만들어 준 사람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또한 믿음직한 남편과의 사이에 두 딸 (대학1, 고1)과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박 대표는 시 부모님을 모시고 살게 되어 무엇보다 든든하다고 한다.


한 없이 착한 남편이 고맙고 고생스러운 과정에서도 훌륭하게 잘 자라준 아들, 딸이 너무 고맙다는 박 대표는 “배고프지?” 하며 갓 찐 고구마를 말없이 내미는 단골손님이 있어 행복하고 아침에 눈 뜨면 일터로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하며 행복하다고 한다.


박 대표는 자신이 어려웠던 시절에도 한 번도 고생스럽다고 생각 해 본적은 없었던 것은 아마도 든든한 버팀목인 남편과 자녀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길순 기자(2009-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