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살아온 만큼 그 시절에 먹던 음식도 그리울 때가 있다. 때가되면 생각나는 음식 중에 하나인 팥죽은 예전엔 꼭 동짓날에만 먹는 걸로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별미로 자리잡았다. 동짓날이 아니더라도 아무 때나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팥죽은 지역에 따라 옹심이나 칼국수로 나뉜다. 이 2가지 맛을 모두 볼 수 있고 1년 365일 팥죽을 만들어 파는 전문점을 찾아갔다.
전철역 미금역 3번 출구 분당 플라자 2층에 위치한 옹심이네 팥 칼국수(대표 김명화)는 올해로 다섯 번째 동지를 맞이한다고 한다. 구수한 팥 냄새와 함께 수더분하고 얼굴에 웃음기 가득한 주인의 모습에서 편안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전북 부안이 고향인 김 대표가 팥 칼국수 점을 하게 된 것은 어릴 때 고향에서 먹던 팥 칼국수를 생각하며 집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팥 칼국수를 먹고 싶을 때 사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팥은 쉽게 변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바로바로 삶아서 만들어야 하는 단점이 있어요. 그래야 팥의 제 맛이 나거든요. 밀가루 반죽도 아주 중요하죠. 24시간 숙성을 해야 끈기가 생겨 끊일 때 끊어지질 않아요”
팥과 찹쌀 김치는 고향에서 직접 조달
반죽은 집에서 하고 미는 건 힘들어서 기계를 이용하는 김 대표는 SBS방송국에서 촬영을 하겠다며 반죽하는 장면과 미는 장면을 찍겠노라는 말에 방송을 거절했던 일화가 있다. 순간적인 욕심 때문에 촬영 때만 미는걸 보여주고 사실 기계를 이용한다면 손님을 속이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자신을 믿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 없었다는 그는 자신만의 고집을 밝혔다.
한편 김 대표는 팥과 찹쌀, 김치는 고향에서 농사짓는 동생이 직접 보내주는 걸로 사용한다. 옹심이네 팥 칼국수는 손님들이 원하면 조금도 귀찮아하지 않고 국수와 옹심이를 반반씩 넣어 두 가지의 맛을 볼 수 있는 친절함이 있어 단골손님이 많다.
“저희 집 손님들은 모두 착하세요. 주말에 바쁘다 보면 손님들 스스로가 음식을 나르고 한 가족처럼 도와주셔서 그저 감사할 뿐이지요. 팥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심성이 고운 것 같아요” 인터뷰를 하는 동안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한 김 대표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음식맛도 중요하지만 주인의 후덕함을 보고 찾는 손님이 더 많을 것 같다.
옹심이네 메뉴는 팥 칼국수, 팥 옹심이, 호박죽, 바지락 칼국수에 반찬은 감칠맛 나는 묵은 지가 전부이지만 5년 전의 첫 손님이 아직도 찾고 있을 정도다. 김 대표는 가족을 사랑하는 남편과 현재 독일에 유학중인 딸과 곧 유학길에 오를 아들을 두고 있다. 가족을 생각하며 손님을 대하다 보면 하루하루가 힘겹다는 생각보다 즐겁고 감사한 마음뿐이라는 김 대표의 말이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