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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와 추억이 묻어나다

이길순 2009. 11. 29. 01:44

삶의 향기와 추억이 묻어나다
성남의 유일한 헌 책방, ‘대명서점’


자고 나면 변해 있는 세상, 세월의 흐름에 밀려 언젠가부터 하나둘씩 사라지는 것들로 익숙해 있다. 그 중에 하나인 헌 책방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만 해도 어렵지 않게 동네에도 헌 책방이 있었다. 서울의 청계천이나 천호동, 성남의 중동에 그 많던 헌 책방이 사라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렵사리 중원구 중동에 있는 헌 책방 ‘대명서점’(사장 강복식)을 기자가 방문을 했다.

성남의 유일한 헌 책방인 대명서점은 20년 째 같은 자리에서 헌 책방을 지켜오고 있다. 1층에서 운영을 하다 임대료 때문에 2층으로 옮긴 지 7년. 문을 열고 들어서니 책장에 빽빽하게 꽂혀 있거나, 여기저기 즐비하게 널려 있는 책들로 가득하다. 분야별 전문잡지를 비롯해 소설, 실용서적, 전공서적 심지어 악보까지 총망라돼 있다. 서점 한 쪽에는 ‘새 책’이라는 이름으로 베스트셀러 위주의 책이 진열돼 있고, 헌 책 코너에는 누렇게 빛바랜 책을 비롯해 몇 해를 넘긴 책들이 쌓여 있다.

“와아~ 엄청 나네요. 여기 있는 책들이 도대체 몇 권이나 될까요?” 어리석은 기자의 물음에 “그걸 어떻게 알아요?”하며 강 사장은 허허 웃는다. 주로 어떤 손님들이 찾느냐는 질문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품절된 책을 사러 오는 사람도 있고, 초등학교 교과서를 수집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유명했던 청계천 거리의 헌 책방마저 자취를 감추다 보니 서울과 안양, 용인 등 경기도 인근 지역에서 희귀한 옛날 책을 구하기 위해 찾아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구석구석 뒤져가며 원하던 책을 겨우 찾았다며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가는 손님을 접할 때면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도 했다.




분야별 전문잡지에서 소설, 실용서적, 전공서적 심지어 악보까지

헌 책의 정의는 새 책과 비례해 몇 해 지난 책들은 모두 헌 책이라 일컫는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서로 취급받지만 헌 책은 그 단계는 아니란다. 고서는 당연히 그 가치를 인정받지만 헌 책은 그냥 버려도 되는 걸로 치부되는 게 현실. 비록 헌 책들이지만 필요로 하는 이들에겐 보물과도 같다. 그래서인지 강 사장은 광고를 못해 판매하지 못한 책이 헌 책으로 전락하는 것을 볼 때면 가슴이 미어진다.

그마나 작은 위안이라면 가끔 먼 곳으로 이사를 가거나 해외로 이민을 가는 사람들이 짐이 된다며 가져가라는 연락이 올 때다. 그 중엔 생각지도 못한 새 책이 포함돼 있기 때문.

헌 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에, 헌 책방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워 자기 대에 맥이 끊어질까 하는 근심에 한숨 내쉬는 날들이 늘었지만 강 사장의 얼굴엔 의연한 모습이 완연했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리는 헌 책방이 부지기수인 와중에도 꿋꿋이 명맥을 이어가는 자신의 헌 책방을 꾸준히 찾아주는 이용객 때문이다. 문의 : 031)731-7020

이길순(2009-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