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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외길 인생 전통문화를 지켜온 장인

이길순 2008. 12. 11. 00:13

오직 외길 인생 전통문화를 지켜온 장인
화각장인 한춘섭, 한기덕 부자를 만나다





과거 없이 현재가 존재할 수 없듯이 전통문화 없이 현대문화가 존재할 수 없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전통문화를 현재에도 계속 이어가고 있는 장인이 성남시에 있다. 쇠뿔에 그림을 그려 넣는 화각을 만드는 한춘섭, 한기덕 화각장인 부자를 만났다.


부자가 함께 가는 길


경기29호 화각장 무형문화재인 한춘섭 씨와 전수조교인 한기덕 씨는 부자(父子)관계이다. 기자가 찾아간 곳은 이들이 작업하고 있는 상대원동의 공방이었다.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여러 작품이 깔끔하게 정돈된 곳이다.


이처럼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전통문화를 이어간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아버지 한춘섭 씨를 따라 이 길에 들어선 지 8년째라는 한기덕 씨. 사실 이공계 전공자인 한기덕 씨는 당시 잘 나가는 로봇을 제작하던 회사에 근무한 이력도 있다. 결국 스스로 화각을 하고 싶어 아버지의 뒤를 따르게 됐다. “아직도 어머니는 못 마땅해 하시는 게 마음 아프다 이왕에 들어선 길 후회는 않는다. 감히 아버지를 흉내 낼 수는 없겠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실 말리기도 했어요. 불을 보듯 뻔할 정도로 어렵고 힘든 일인데,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닌다고 하니 기가 막혔죠”라고 말하는 한춘섭 장인도 보통 아버지와 같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전통문화를 이어가겠다는 아들의 의지에 이제 부자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 화각공예전수회관’이 세워졌으면 하는 소망


화각은 종잇장처럼 얇게 깎아 채색한 쇠뿔을 나무로 만든 장이나 궤, 함, 농 따위에 장식으로 붙인 것을 말한다. 쇠뿔조각을 이용한 조선시대의 모든 골각공예품으로 화각이라고도 한다. 화각을 이용한 범위는 양반들 내실의 여성용품인 보석함, 경대, 반짇고리, 참빗, 바느질자, 실패 등의 소품까지 다양하다.


색채는 주로 빨강, 파랑, 노랑, 검정, 흰색 등의 5색을 기본으로 하며 문양은 십장생을 비롯해 운룡, 송호, 화조, 천도, 화훼, 사군자, 등 각종 상징물이나 자연물을 그려 넣는다. 그림은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붓칠이 특징이다. 특히 한춘섭 장인이 만든 작품들은 외국 대통령의 부인에게 선물로 전달된 정도라 한다. 얼마 전 종영한 TV드라마 <이산>에 나왔던 가구와 소품도 모두 한춘섭 장인의 작품이었다고 하니, 성남시민으로서 자부심이 느껴질 정도다.


한춘섭 장인은 체험을 원하는 시민들이나 전통문화의 계승을 위해서라도 ‘화각공예전수회관’이 세워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개인의 사욕이 아닌 궁극적인 목적을 위해서라는 그들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이길순 기자(2008-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