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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49세에 가수되다.

이길순 2008. 10. 5. 15:06

김기수, 49세에 가수를 시작하다





아들과 딸의 탄생을 기쁨으로 노래하는 아버지가 있다. 그로인해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알게 되었을 때 기쁨은 잠시 ‘태어난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멋진 민주시민으로 자라게 할까?’라는 부모의 의무감이 앞섰다는 김기수 씨(49세). 그는 이제 인생의 제2막을 향해 걸음마를 시작했다. 하던 가수도 그만둬야 할 나이에 가수를 시작하는 그를 보며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음악을 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음악을 시작한 그는 형제들과 함께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그가 고등학생일 때, 월요일이 되면 학교가기 싫어 만들었던 노래가 있다. 바로 <일요일이 다가는 소리>이다.


♬일요일이 다가는 소리♬ 아쉬움이 쌓이는 소리♬아버지가 돈버는 소리♬ 가게아줌마 동전 세는 소리♬ 일상에서 느끼는 그대로를 노래로 만든 그에게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끼가 있었다. 하지만 그 시절만 해도 음악인을 ‘딴따라’라 하며 배고픈 직업이라 생각해 달갑지 않게 여겼다. 결국 그는 음악을 직업으로 삼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 다짐하며, 아쉽게도 음악을 접어야 했다.






인생의 제2막을 향해


1984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사) 1집에 <일요일이 다가는 소리>가 실렸다. 서울대학교 농화학과 출신인 그는 대학시절에 ‘메아리’라는 동아리에서 창작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계속 활동을 할 수 없어 취직을 했다. 그리고 현재는 무역업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해부터인가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음악에 대한 열정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3년 전부터 40여곡을 작곡하며 노랫말을 만들어 올해부터 본격적인 가수활동을 재개했다. “제 아들을 처음으로 가슴에 안았을 때 그 희열과 기쁨은 무엇으로도 표현 할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노래로 만들었어요” 세상에 처음으로 나온 아들을 위해 만들었던 <그림을 그리자>라는 노래는 2007년 ‘한국광고공사 공익광고협의회’에서 만든 출산장려캠페인 CF에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그의 음악을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귀에 익숙해있었다.


1집은 <희망>이라는 타이틀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살다가 어려운 일을 당할지라도 희망을 버리지 말자’라는 뜻을 담아 만들었다고 한다. 수록곡 중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다녀온 뒤 느낀 그대로를 옮긴 <자전거하이킹>도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수험생인 딸이 안쓰럽지만 대신 해 줄 없는 아쉬움에 마음이 아프다는 그는 보통의 아버지이자 가장이다. 인생의 제2막을 향해 걸어가는 그의 모습이 당당하기만 하다.

이길순 기자(2008-09-30)